[시린인생 <1>] 장용삼의 순대포착,


@ 외증조할머니집,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동네 어귀에 '장용삼의 순대포착'이란 노점상이 등장해서
주린 배를 맛나게 채워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괜히 집에서 한번 나와보기도 하고.
그냥 머랄까, 딱히 그리 땡기는 것도 아닌데 약간 아쉬운 정도? 머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처가댁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토요일 저녁,
그 어귀에 오랜만에 다시 나타난 순대 노점상.
반가운 마음에 버선발로 뛰쳐나갔다.

요즘 왜 이리 뜸하셨냐는 심플,한 질문에,
단속 때문에 나오고 싶어도 못나왔다는 아주머니의 대답은
길이는 심플,했지만, 내용과 톤은 컴플리케이티드,했다.

단속을 피하고자 그나마 토요일에 나왔다고 말씀하시는 사이에
바로 뒤로 단속 차량이 지나가고 있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난 그 차량이 구에서 위임받아서 노점상 단속을 한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단속차량은 일단 그냥 지나갔다.
그래도 다른 구에서 맡기는 용역업체(a.k.a 깡패)에 비하면 저 분들은 양반이라고.
아쉬운 소리하면 약간은 봐준다고. 오늘도 잠깐 봐줄거 같다고. 아주머니는 밝게 웃으신다.

난 노점상 그 자체를 좋아하진 않는다.
사정이 딱하다고 불법을 용인하기엔 세금, 임대료 내고 있는 열심히 일하는 선한 자영업자들이 존재하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도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제법 많은 편이기에.

고엽제전우회 차량 혹은 그 분들을 좋아하진 않는다.
괜한 장소에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다소 과한 캐치프레이즈로 좀 난잡한 감이 있어
30년 넘게 군 생활한 선한 우리 아버지 같은 분을 수구꼴통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기에.

하지만, 다 각자에겐 사정이 있을 것이다.
노점상 주인에게도,
고엽제 환자에게도,

사회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은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오묘하다.
이 사연과 그 사연이 어울려 노점상 차량처럼 정처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그 떠돎 속에 시린인생,이 닮겨 있다. 시린인생.


by nonwhat | 2009/10/24 22:31 | 그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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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2/12 21: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nonwhat at 2009/12/14 10:28
제가 사는 동네는 이촌동이고,
원래는 이촌1동 주민센터 앞에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촌역 앞에 계실 때도 있고 그러네요.

요즘 또 매주 토요일에 나오시는 건 아닌거 같긴 하지만,
어쨋든 그저께는 나오셨더군요. 대개 저녁에 잠깐 오시니까 타이밍 잘 맞추셔야 할 듯요~
Commented by ^^ at 2010/02/25 21:09
담백한 글 잘 보고 갑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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