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턱 인 러브(Stuck in Love)] Stuck in Elliot.


그 나이 때의 연애는 길 걷다가 만난 꽃밭 같은 거였다.
보고 있으면 좋지만 아무리 오래 들여다보아도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 한창훈, '그 남자의 연애사' 中,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사랑이 어떤 형태의 장애물 내지는 사건을 겪게 되고,
그 사랑이 지속되거나 마는 형태의 일들.

그게 해피 엔딩으로 끝나면, 헐리웃 영화가 되는 거고,
좀 더 우왕좌왕한다면 그건 그냥 현실인거고, 
그게 새드 엔딩 내지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끝난다면, 프랑스 영화가 되곤 한다.

유행가 가사의 80%, 영화 소재의 70% 이상을 사랑이야기가 차지하는 건,
그만큼 인간사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이 결국 '사랑' 이기 때문이다. 

'스턱 인 러브' 도 사실 그 그렇고 그런 다양한 인간군상의 사랑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구도인 어느 이혼남과 그 남매 그리고 헤어진 엄마를 중심으로,
그 사이 새로 생기는 인간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다. 육체적, 정신적.

헐리웃 영화답게 happily ever after 의 극단적 형태까지 취하진 않았지만,
또 늘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이 영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이 나고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건,
이 memorable moment 덕분이다. 

'굿 윌 헌팅' OST 를 통해 영화계와 음악계에 동시에 충격을 줬던 엘리엇 스미스의 명곡,
'Between the bars'를 비내리는 어느 밤,
차 안에서 주인공인 Lily 와 Logan 이 듣는 그 장면.

영화사를 바꾸는 장면은 아닐 지언정,
최근 본 그 어느 영화의 장면보다도 강하게 
영화를 보는 이의 마음을 '쿵' 하게 충격을 주기엔 충분한 그런 씬이었다. 
살면서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혹은 있을 것이기에.


그리고 나눈 그들의 대화.

Samantha Borgens: I don't wanna get hurt.

Lou: I'm not gonna hurt you.


'해치지 않아'의 이 극강 로맨스 장면은 꽤 오랜 기간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
그 잔상을 제공해준 '스턱 인 러브'는 고마운 영화가 될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두시간 넘게 그 노래를 다시 듣게 해주어서 더더욱.


ps ; 영화는 Stuck 을 말하고 있지만, 세상사는 참 잘도 흘러간다. 
      극강 여배우였던 제니퍼 코넬리도 이젠 엄마로 물러나고, 89년생 릴리 콜린스의 시대는 계속 지속될테니까.

ps 2 ; 왜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이들은 빠르게 세상을 떠나는지 모르겠다. 
         유재하, 김광석이 그랬든, 제프 버클리, 엘리엇 스미스..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하릴 없이 'Between the bars'를 계속 찾아들었다.
         몇가지 인상적인 변주들까지. 
         http://youtu.be/hPD-a1FjUtU - 가사 버젼. 
         http://youtu.be/PehA4wbUxs0 - 피아노 변주.
         http://youtu.be/ND2ov2pK9ZU - 재즈 변주.
         http://youtu.be/OiZZaxRubVU - 먹먹한 라이브.

            

by nonwhat | 2014/05/02 18:07 | 이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숨을 쉬고 있는가, 숨을 쉬고 싶은가.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중.


삶은 사랑을 연민한다. 어느 순간에, 누군가에게. 이 영화는 그 연민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안도현 시인이 연탄재를 칭송했던 것처럼 사람도 누군가에게 뜨거움을 선사했다면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것을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몸소’ 보여준다. 공허함은 포만감을 향해가는 준비 과정으로, 포만감은 공허함으로 내려가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상황에 맞게 주인공들은 변이하고, 인간이기에 연탄재와는 다르게 다 타고 재가 된 상황에서도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재생된다.


영화는 그 사랑의 연민 속에서 벌어지는 살아감의 아름다움도 동시에 칭송한다. ‘생’의 아름다움은 그 연민 사이에서도 꿋꿋히 진행되는 삶의 단계(life 가 아닌 living)인 것이고, 마치 볼트 & 너트와 같이 그 둘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연결되고 그 연결되어야만 함이 결국 사랑의 단계와 관계도 조정할 수 밖에 없는 광경을 담담하면서도 치열하게 그려낸다. 그 마라톤과 같은 인생사를 179분이라는 제법 긴 호흡의 러닝타임에 담아내면서, 감독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선택적인 욕구인 식욕과 성욕의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볼트 & 너트 사이를 기름칠해준다.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피터 그리너웨이 식의 예의 그 구토유발스러움이 아닌 OliveTV 와 같은 매혹스러움으로 보여주기에 관객은 그 긴 호흡동안 숨 죽인 상태에서 삶, 사랑, 살아감, 등에 대해 만끽할 수 있다. 욕구가 적나라하게 되면 대개 추해지게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그게 오해임을 깨닫게 해준다. 인간의 욕구는 원래 본질적인 것이라고. 그렇기에 그 욕구는 아름다울 수 밖에 없음을.


그렇게 179분이 흐르고, ‘제3의 사나이’를 능가하는 엔딩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Life is blue, 하지만, 그러고보니, blue is the warmest color,라고. 살면서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임을 깨닫게 해주면서.

by nonwhat | 2014/02/24 14:59 | 이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월플라워] 그리워서, 혹은 아련해서.

추억은 현실을 잠식한다.


누구나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생 시절을 그리워하고, 직장인이 되면 대학생(정확히는 학창) 시절을 그리워한다. 또 결혼을 하면 미혼시절을 그리워하고, 애를 낳으면 애가 없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렇게 한단계씩 백워드 하던 그리움이 두어단계로 건너뛸 때, 그러니까 어쩌면 아쉬움보다는 그냥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정도의 gap으로 작용하면 그건 그리움의 아쉬움에서 추억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누구나 겪었을(특히 한국의 청소년기)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 더 넓혀 대학시절까지 확장하여 보더라도, ‘월플라워'는 그 속성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는 영화다. 약간의 극단적인 설정은 배제하더라도 이 영화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3040 세대에게는 공중전화기 앞에서 동전 두개 밖에 남지 않았던 015B를 떠올릴 정도의 아련한 추억꺼리들을 담담하게 풀어내준다.

shazam 으로 궁금한 노래 바로 찾아내고, SNS 서비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500원어치 선물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이 시절 이 애틋함은 부각되고 응사 수준의 추억 놀이는 현재를 잠식하는 아련함으로 대체된다.

분명한 시대적/정황적 gap 을 느끼지만,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누군가의 목소리 혹은 얼굴이 떠오른다면 그건 영화가 줄 수 있는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자, 또한 가장 아름다운 메타포가 아닐런지.


지금, 잘 살고 있을까?

by nonwhat | 2014/02/24 14:55 | 이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 One and only,


결혼을 해보면 가장 먼저 깨닫게 되는 것 중 하나는,
현실 세계엔 결코 Happily ever after, 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다 물리고 원상복귀해, 하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사람의 감정이란 심리학자들이 얘기하는 '사랑 1년 유한설'과 맞물려
요동치듯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 복잡미묘한 시퀀스에서 
어느 순간을 잘라놓고 그 시점만 놓고 보면,
그게 사랑스럽고 소중하다는 것.

어쩌면, 
이 영화는 그 소중함에 대해 일깨워주는 그런 영화다.
take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도 순간을 사랑한다면,이란 전제 하에.

Waltz에 대해 생각해본다. 
<비포 선셋>에서 셀린이 제시에게 수줍게 불러주던
Let me sing you a waltz 하던 그 Waltz.


수줍게,
 

by nonwhat | 2012/10/22 02:53 | 이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McNelly] 발자욱,

@장흥아트파크,

미래를 향해 살아야하는 강박관념은
현재에 대한 인지와
과거에 대한 회상을 가로막는다.

잠시 멈춰서서,
발을 내려다본다.

내가 서 있는 위치,
내가 서 있는 장소, 
내가 서 있는 느낌.

그 곳에 내가 있다.
오롯이.

ps ; www.mcnelly.co.kr 예쁘다.

by nonwhat | 2012/10/22 02:33 | 그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장흥아트파크] 예술과 현실의 경계,


@장흥아트파크,

아기를 낳고 나면,
방문하게 되는 공간들이 어느 순간 천편일률적이 되기 마련이다.

백화점-키즈까페-놀이공원,의 돌려막기에 지치던 어느 즈음,
친구의 소개로 방문하게 된 장흥아트파크,

실내의 답답함과 야외의 어수선함을 모두 잊을 정도로
상쾌함과 쾌적함을 느끼면서도 적당한 밸런스로 뛰놀 수 있는 장소.

무엇보다,
노골적인 현실과 몽상적인 상상의 경계에 속한 듯한 매력이 제법 인상적이다.

제대로 된 아트를 즐기기에 버거운 아기아빠를 위한 적당한 테마파크.
적당함의 매력. 




by nonwhat | 2012/10/22 02:27 | 거 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진흥관] 푸짐함의 미덕,



@ 진흥관,

적어도 내비를 찍고 갈 정도의 음식점이라면,
무언가 하나는 확실해야 한다. 

그 중 으뜸이 맛이어야겠지만,
사실 식의 본질은 포만감이다. 
배부르지 않은 식사는 사실 그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일 수 있기에.

장흥아트파크를 향해 가던 길, 찾은 이 곳. 
40년 전통이라는 수식어 답게 많은 이들이 몰려 있는데, 
가격 대비 퀄리티로 따지면,
베리 굿. 

빠른 제공, 나름의 친절함, 푸짐한 양,
마치 서울 시내 단골집 점심 시간을 연상시키는 몇가지 요소들이 인상적이었던.
꼴뚜기에게 경배를.

ps ; 해물쟁반짜장 추천. (2인분 양이 일반 음식점 3인분 이상이니 참고 요망.)

by nonwhat | 2012/10/22 02:21 | 먹 는 얘 기 | 트랙백 | 덧글(0)

'생스포츠중계'를 통해 살펴본 바이럴의 범위.


며칠 전, 
해군 동기/선배들과의 백만년만의 모임에서
알게 된 새로울 것은 없지만, 다시 깨달은 사실.
나에게 익숙한 것이 꼭 다른 이들에게도 익숙한 것이 아닐 수도 있구나,라는.

이를테면,
나름 IT 회사를 다니며 이런저런 뉴 트렌드를 능동적 혹은 수동적으로나마 
앱 관련 정보를 이래저래 업데이트하고 살고 있구나, 라는. 

그러니까,
최근에 판도라TV와 우아한형제들에서 같이 만들어낸 '생스포츠중계' 어플은 
이미 많이 홍보도 되어 있고, 무료app 1위 기록 같은 포스팅도 접한 지라 
외부에 많이 알려져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는.

덕분에 그 자리에서 소개받고는 바로 깔고,
또, 모두 바로 중계를 보는 바람에 중계가 끝날 때까지는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다는 단점도..

모바일 비즈니스는 진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야만 한다는.
그러므로 바이럴은 더더욱 유의미할 테고,
그럴 수 있는 대상 잘 골라내고, 
이후 바이럴 잘해내는 사람들만이 성공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 

여하간, 어플 깔기 전 모습. 
나름 대화에 집중했던. 

@옥토버페스트,

by nonwhat | 2012/06/17 23:33 | 지 난 얘 기 | 트랙백 | 덧글(0)

[남산] 라니 버스를 타고,


타요와 로기는 섭렵,
이제 남은 건 라니와 씨투.
(가니는 추가 캐릭이라 일단 제외.)

씨투는 광주에 사는 주원이네 집 갈 때 탈 거라고
일러둔 상태라 당분간 기회를 찾긴 어려울 듯 하고,
라니를 처리하고자 남산행.

주구장창 발견하는 타요와 로기와는 달리
쉽사리 만날 수 없는 라니를 발견한 그녀는 
타요를 처음 탔을 때의 그 함성과 반가움으로 브이를 작렬한다. 

그렇게 올라간 남산.
사실 그닥 새로울 것도 없고, 그닥 반할 것도 없는 곳이지만, 
(집 바로 뒷산 조망장소인 달맞이공원과 그닥 뷰의 차이가 없으니..)
라니 하나 임무 완수를 위해서 방문할 정도의 값어치는 있는 장소.

빙수 한 그릇과 몇장의 사진,
다소는 익숙한 반가움을 지나, 
와이프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남산의 추억이야기들이 어우러진 반나절 여행 코스.

오늘 또 그녀는 하나의 장소에 체크인을 했다.
아빠와의 추억을 하나 쌓으며. 

by nonwhat | 2012/06/17 23:16 | 아 기 얘 기 | 트랙백 | 덧글(1)

[사랑의 기초 - 한 남자,<4>] 동병상련,


삶에 있어서 행복과 불행의 구분은 쉽게 아래로 귀결된다. 

1. 양날의 검이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따라서,
2.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런 의미에서 제일 주의해야할 점이 바로 남과의 비교이다.
엄마들이 아들에게 
자기 친구 아들을 모두 모아놓고, 그 중의 장점만 골라놓아 엘도라도와 같은
'엄친아'를 하나 세팅해두고, 그에 따라 아들을 쏘아붙이는 것을 주의해야 하는 것처럼,

결혼생활도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가상의 이상향 아내, 이상향 남편을 하나 세팅해두고,
그에 따른 채워지지 못한 부분에 대한 상대에게 구박을 가하는 형태 말이다.

그게 지속되거나 혹은 그것을 의식한 사람은
결과적으로 결혼생활을 통해 행복해지기는 커녕 '지치는' 것일테다.
보통이라는 외국인의 시각을 통해 태평양 건너 저기 어딘가의 부부들도
각기 이러한 이슈로 고민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어쩌면,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동병상련.

ps ; 
예전 Ted 에서 보통씨가 강의했던 이 내용의 포인트도,
힘들 땐 나보다 더 힘들었을 사람, 혹은 슬픈 비극을 읽으며 엉엉 울어라,였던 것을 기억해보면..

ps 2 ; 
마침 요즘 카톡플러스친구로 등록된 덕에 
매일마다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하는 오늘의 웹툰 중 내가 제일 사랑하는
레오Bar의 이런 주옥같은 가르침과 더불어 말이다.

by nonwhat | 2012/06/17 22:50 | 이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사랑의 기초 - 한 남자,<3>] vs <라스트 나잇>


<사랑을 카피하다> 에 흠뻑 빠져있던 걸 알았는지,
어느 날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미혼후배는 카톡으로 이런 대화를 건넨다.

"오빠, <사랑을 카피하다> 보셨어요? 
 먼가 알 듯 하면서도 좀 묘하네요."
"응, 결혼 안했잖아 아직. 어려울 거야. 
하지만, 그래도 유의미할 거야. 결혼 후에 복습해."
"글쿠나..
 오빠, 혹시 <라스트 나잇> 보셨어요? 좋아할 것 같던데.."
"음, 아직 못봤네. 한번 볼께."

봤다.
미치도록 슬펐다. 
뭐랄까, 
슬프다기보다는 처연했다. 
사랑이란 게 결국 이해의 영역은 아닐테니까.
이성보다는 감성,
감성보다는 충동.
그리고 그 담론 위에 존재하는 결혼이란 극단적 이성의 굴레.
그걸 이렇게 담담하면서도 처절하게 표현해낼 수 있음에 놀랬었다. 


<사랑의 기초-한 남자>는 그렇게 다시 다가왔다.
알랭 드 보통은,
<라스트 나잇> 영화가 끝난 뒤 시점부터 고민하고 있을 주인공들에게 
"원래 결혼이란 이런 거 아니겠어?" 라고 서로에게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프로이트의 논문까지 나온다) 그 결혼을 더 자연스럽게 이어줄 구실을 제공한다. 
"Happily ever after" 따위는 제발 좀 지구를 떠나달라고 외치며.

by nonwhat | 2012/06/16 22:05 | 이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사랑의 기초 - 한 남자,<2>] 육아소설?


벤이 주말과 평일 아침저녁으로 연기하는 '아빠'라는 역할은 그의 기이한 축약판이었다. 
아빠인 벤은 언제든 없어진 장난감을 찾아 온 집 안을 샅샅이 뒤지고,
기꺼이 우유를 데우고, 
모노폴리 놀이를 함께해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였다. 

- 알랭 드 보통,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

그러니까,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수필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픽션이라고 하기엔 너무 리얼리티에 가까운,
책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너무도 내 생활과 같은, 
일상적인 에세이 느낌이 강한.
그래서 아름답고, 또 그래서 지독히 에린다.

특히, 이 두 챕터.
'귀가'와 '잠자는 아이'는 이 소설을
서점의 육아 코너에 놔둬도 충분히 살만한 값어치를 준다. 

---

벤이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아빠를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아빠가 엄청 대단하지도 지독히 끔찍하지도 않은 사람임을 알게 되고,
언젠가는 아빠를 한쪽으로 말끔히 치워놓고 자기들의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 알랭 드 보통,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by nonwhat | 2012/06/16 21:52 | 이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사랑의 기초 - 한 남자,<1>] Espresso, 그것도 doppio.


한량이던 시절엔 책을 읽을 때, 
메모장과 펜을 들고 다니며
페이지와 memorable quotes 들을 적곤 했는데
요즘엔 시간 관계 및 여러 제약상 그러지 못하고,
인상적인 부분을 접어두고 다시 보곤 한다. 
(참고서도 아니고, 줄 긋는 정도는 아니고.)

이 책,
<사랑의 기초 - 한 남자>(by 알랭 드 보통) 를 읽다가는 그걸 포기했다.
거의 두페이지에 한 번 꼴로 접어야 했기에...
주옥같다,라는 단어의 의미에 다시 한번 곱씹어보기로 하곤,
그냥 두번이고 세번이고 다시 읽어야지,란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을 대하면서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건 아니구나,라는 결론도.
미국 어느 시골 마을의 덩치 큰 사내가 뻑뻑한 도너츠를 그냥 먹기 무엇하여 
같이 마시는 도구 정도의 '아메리카'no 커피로 그를 대한다는 건 오산이었다.

에스프레소,
그것도 투샷. 
다시 대하리라. 
진중하게,
제대로.


by nonwhat | 2012/06/12 00:47 | 이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맥관부종.


애를 키우다보면,
별의 별 시츄에이션에 맞닥드리게 되는 건 사실이나,

신나게 치킨과 맥주&소주(소맥은 아니었다. 맥주 3잔 비우고 소주 파티가 시작되었으니)
를 곁들여 남자셋 여자셋이 난상토론(삶과 사랑과 결혼과, 심지어 임신 방법!에 대하여)을 하고 나서
유모차 안에 잠들어 있던 딸래미의 입술이 부어오른 모습을 보는 광경은 또 낯설었다.

시각도 새벽 1시에 다다른 시간이었고,
최근 조선일보에 연재되는 '주폭' 수준은 아니었어도 말짱한 정신이 아니었음에도.
응급실과 냅두기의 기로에서
냅두고 돌아와,
아침이 되길 밝아서 냉정을 찾고 검색을 해보니,
'맥관부종' 이란 놈을 발견하게 된다. 
일요일도 여는 동네 병원에 찾아 그 진단을 확정 짓고 약을 받아돌아오는 길에,
여자의 입술은 생명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며칠간 안젤리나 졸리로 살겠지만,
난 그냥 졸리 입술 대신 오리지날 하은이 입술이 그립다.
애기가 아프면 늘 드는 생각.
"아, 정말 부모님한테 잘해야겠다."는 또 떠올랐다.
그리고 또 늘 그렇듯,
지금쯤 되니 그런 생각 사라지고 없다.



by nonwhat | 2012/06/10 23:46 | 아 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프로메테우스] 의 한 단락,


이 영화 자체에 대해선 이렇다 가타부타 하긴 아직 이해력이 떨어지기에 
그다지 할 말이 없는데, (한번쯤 더봐야할 것 같은..),

라스트 씬 직전에 나오는 그 
흑인 선장 1인과 아시아계 1인과 백인 1인의 
합작 '지구 구하기' 씬을 보다보니 
문득,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빌 풀만(미국 대통령이었지 아마)이 
갑자기, 너무도 뜬금없이, 
비행기 몰고 외계 비행선을 박살내러 가던 장면이 오버랩.

이번엔,
뭐 이리 거창하게 아프리카-아시아-유럽 인종 1인씩을 모두 아울러가면서
도원결의 하듯 지구를 구했어야 하는지 의문이고,
무엇보다,
어떤 이들에게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의 주관적'믿음'이란 결국
그들의 세상에선 옳을 수 있으나 
정확한 맥락이 생략-곡해된 채 나타날 경우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떠올랐음.
즉, 
9-11 테러나 종종 벌어지는 자살폭탄테러(이슬람 뿐 아니라, ETA 등등)도
그들의 믿음 속에선 '선'을 행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동일한 비중으로 섬뜩함을.

최근 국내 정치 상황도 그렇고,
여튼, 극단은 피해야 한다. 
비록 오늘 오랜만에 Joe Satriani의 명반 'The Extremist'를 들으며 4시간 동안 운전했지만서도. 
 

by nonwhat | 2012/06/10 23:32 | 이 런 얘 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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